큰 화면을 샀는데 작은 글씨가 먼저 걸렸다

xbx a01+를 산 이유는 단순했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 연결해 큰 화면으로 영상을 보고, 필요하면 VS Code나 PDF도 띄우고 싶었다.

막상 써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영상에는 곧잘 손이 갔다. 화면이 시야 안에 크게 들어오고, 주변보다 보고 있는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눈이 모였다. 그런데 VS Code의 코드나 PDF 본문을 평소 노트북에서 보던 크기로 띄우면 선명함이 부족했다.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래 편하게 보려면 글자를 꽤 크게 키워야 했다. 영상에서는 넘어가던 약간의 번짐이 글자의 가는 획에서는 바로 거슬렸다.

공식 사양에서 a01+는 2D 1920×1080, 50° 시야각의 0.6인치 Micro OLED를 쓴다. 앞 프레임을 포함한 무게는 62g이고, 별도 배터리 없이 USB-C로 영상과 전원을 받는다. 연결하기 쉽고 휴대하기 좋은 큰 화면인 건 맞지만, 1080p라는 숫자가 작은 글씨의 체감 선명도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다.

이 글은 한 대를 직접 써보고, 한 차례 테스트 화면을 만들어 확인한 기록이다. 화질 순위를 매기기보다 이 기기의 용도를 어떻게 다시 정했는지를 적었다.

처음에는 색수차 탓이라고 생각했다

렌즈 안쪽의 광학계를 보면서 처음에는 색수차가 작은 글씨를 흐리게 만드는 주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빛은 파장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다르고, 배경색과 글자색을 바꿀 때 읽기 편한 정도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만든 테스트 화면은 예상과 딱 맞지 않았다. 검정 배경의 흰 글씨에서 흐림과 희미한 복제상은 보였지만, 뚜렷한 빨강·파랑 색띠는 찾지 못했다. RGB 채널의 위치를 조금씩 움직여도 더 읽기 좋아지지 않았다.

지금은 원인을 색수차 하나로 찍지 않기로 했다. 내가 확인한 건 작은 글씨가 흐렸고, 특정 조건에서 희미한 복제상이 보였으며, RGB 위치 조정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데까지다. 원본 픽셀 수, 광학계가 미세한 경계를 보존하는 정도, eye-box와 IPD, 착용 위치, 시력 교정, 주변광과 밝기 중 무엇이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이번 관찰로 가를 수 없었다.

배경보다 글자 크기가 더 확실했다

테스트는 1920×1080 확장 화면, 밝기 8/10에서 했다. 한 번의 관찰이지만 내가 실제로 쓸 설정을 찾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됐다.

조건 내가 본 결과
검정 배경·흰 글씨, 24px 획이 약간 퍼져 보였고 비슷한 글자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검정 배경·흰 글씨, 60px 본 글자 위쪽에 희미한 복제상이 보였다.
웜그레이 #E8E2D2·어두운 글자 #302D28, 60px 복제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테스트 글자를 모두 구분할 수 있었다.
같은 웜그레이 조건, 24px 읽을 수는 있었지만 가장자리가 조금 퍼졌고 약 32px가 더 분명했다.
24px Regular에서 Medium으로 변경 조금 나아졌지만 글자 크기를 키우는 효과보다 작았다.

흰 배경에 검정 글씨도 잘 읽혔지만 내 눈에는 순백색보다 웜그레이가 편했다. 앞쪽의 어두운 차광 커버를 뺐을 때도 글씨가 조금 더 편하게 보였다. 다만 웜그레이를 고르는 동안 밝기, 대비, 색온도까지 같이 달라졌고 커버를 빼면서 주변광과 반사도 바뀌었다. 특정 색이나 커버 하나가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지금 쓰는 방식은 소박하다. 작은 글씨를 억지로 복원하려 하지 않고, 밝은 종이 같은 배경에 어두운 글씨를 놓은 뒤 글자 크기를 충분히 키운다. 굵기는 Medium 정도로 올린다. 내 경우 24px도 읽을 수는 있었지만 약 32px부터 한결 수월했다. 배경을 바꾸는 것보다 글자 크기를 키우는 쪽이 훨씬 확실했다.

단점이 경주마 눈가리개가 됐다

이쯤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글자를 크게 키우자 한 화면에 들어오는 정보량이 줄었다. VS Code에서는 현재 파일의 코드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PDF에서는 한 페이지의 본문만 남았다. 사이드바, 브라우저, 메신저와 여러 탭은 자연스럽게 시야 밖으로 밀려났다.

보통 모니터라면 눈만 조금 돌려 다른 창을 볼 수 있다. a01+에서 큰 글씨로 작업할 때는 창을 직접 바꾸거나 화면 구성을 다시 잡아야 한다. 딴 데로 새는 데 작은 마찰이 생긴다. 나는 원래 집중이 이곳저곳으로 튀는 편이라 이 상태가 경주마의 시야를 가리는 눈가리개처럼 느껴졌다.

읽으려고 글자를 키웠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한 작업만 남은 셈이다. 넓은 생산성 화면을 원했다면 명백한 손해지만, 한 파일이나 한 페이지를 붙잡고 있을 때는 그 제약이 꽤 쓸 만했다.

실제로 작업 시간이 줄거나 실수가 줄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문서·코드· 터미널을 동시에 봐야 하는 디버깅이나 여러 셀을 훑는 스프레드시트에서는 오히려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긴 글 읽기, 코드 한 파일 보기, AI와 한 주제로 오래 대화하기처럼 애초에 하나만 남기고 싶은 작업에는 잘 맞았다.

화면보다 더 놀란 건 스피커였다

a01+를 영상용으로 계속 쓰고 싶게 만든 건 화면만이 아니었다. 내장 스피커가 꽤 좋았다.

내가 듣기에는 해상도만 따지면 좋은 이어폰이나 헤드폰보다 조금 떨어진다. 그런데 귀를 막지 않은 채 소리가 넓게 펼쳐지는 느낌은 오히려 더 좋았다. 웬만한 감상용 이어폰보다 만족스러웠고, 헤드폰과 비교해도 이 개방감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큰 영상과 열린 소리가 함께 들어오니 세부 표현과는 다른 종류의 몰입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화면 옆에 딸린 부가 기능쯤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써보니 화면과 별도로 꼽을 만한 장점이었다.

어디에 잘 맞고, 어디에 안 맞았나

내게 a01+가 잘 맞은 쪽은 분명했다.

  • 누워서 영상이나 강의를 볼 때
  • 긴 글 한 편이나 PDF 한 페이지를 크게 띄울 때
  • VS Code에서 코드 한 파일에만 집중할 때
  • 귀를 막지 않고 음악이나 영상의 소리를 들을 때

반대로 일반 모니터의 정보 밀도가 필요한 작업에는 답답했다.

  • 작은 글자를 빽빽하게 띄운 IDE
  • 문서·코드·터미널을 동시에 비교하는 디버깅
  • 대시보드와 스프레드시트처럼 넓게 훑어야 하는 화면
  • 여러 문서나 페이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작업

그래서 “가상 화면이 몇 인치인가”보다 무엇을 띄울지가 더 중요했다. 영상과 한 가지 작업에는 큰 화면이 장점이었고, 여러 정보를 동시에 봐야 할 때는 그 큰 화면 안의 낮은 정보 밀도가 먼저 드러났다.

One Pro로 바꾸면 해결될까

작은 글씨가 아쉬우니 자연스럽게 One Pro도 생각났다. XREAL의 One Pro 공식 페이지는 X Prism 광학계, 57° 시야각, 두 가지 IPD 크기와 1080p 디스플레이를 안내한다. One Series 설명서에는 작은 글씨를 더 읽기 쉽게 만드는 Text Enhancement도 있다. 광학계와 착용 적합성이 다르니 a01+보다 나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그래도 지금 바로 주문하지는 않기로 했다. 내가 불편했던 건 제품표의 숫자가 아니라 평소 크기의 코드와 PDF였고, 두 제품을 같은 내용과 배율로 비교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를 다시 고민한다면 매장 데모 영상 대신 이렇게 확인할 생각이다.

  1. 내가 쓰는 Mac을 연결하고 평소 출력 배율을 그대로 둔다.
  2. 실제 VS Code 파일과 한글 PDF를 기본 글자 크기로 띄운다.
  3. 화면 중앙과 네 모서리의 작은 글자를 보고 착용 위치를 맞춘다.
  4. 20분 정도 작업한 뒤 확대 없이 읽을 수 있었는지 확인한다.

여기서도 글자를 크게 키워야 한다면, 내 용도에서는 더 넓은 FOV보다 정보 밀도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지금은 영상용이자 단일 작업용으로 남긴다

당장은 One Pro로 바꾸기보다 a01+의 역할을 좁혀 쓰기로 했다. 영상에는 화면과 스피커를 함께 쓰고, 텍스트 작업에서는 큰 글씨로 한 파일이나 한 페이지에 집중한다. 일반 모니터를 대신시키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니 장점과 단점이 오히려 선명해졌다.

작은 글씨가 아쉽다는 첫인상은 그대로다. 그 아쉬움이 기기를 쓸모없게 만들지는 않았다. 나처럼 주의가 쉽게 여러 곳으로 튄다면, 적은 정보만 크게 보여 주는 화면은 넓은 멀티모니터와 전혀 다른 도구가 될 수 있다.

내게 a01+는 모니터 대체재가 아니었다. 대신 필요할 때 시야를 좁혀 한 작업만 남기는, 가끔은 꽤 유용한 경주마 눈가리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