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영어로 과학이나 역사 이야기를 담은 쇼츠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그 뒤로도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고, 몇 가지를 더 시도했다. 자연물을 설명하는 영상도 만들고, 세상의 한 가지가 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이야기로 풀어보려고도 했다. 지금은 일상에서 궁금할 만한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

앞의 시도들을 접은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자연물 영상은 설명과 재미 사이에서 마음에 드는 결과를 만들기 어려웠고, 가정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내가 들여야 하는 수고가 너무 많았다. 시뮬레이션 쪽으로 옮긴 건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만하면서 AI도 일을 꽤 잘해줄 수 있는 주제 같았기 때문이다.

신비한 건축사전에서 영감을 얻었다

자연물을 다뤄보려 한 계기는 쇼츠 유튜버 ‘신비한 건축사전’이었다. 포맷을 참고하되 주제는 다르게 가져가고 싶었다. 사람이 지은 건축물 대신 자연물을 놓고, 자연이 건축가라면 어떤 원리로 이런 것을 만들어냈을지 보여주려 했다.

파도처럼 생긴 바위나 거대한 결정이 자란 동굴 같은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식이었다.

막상 만들어보니 설명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가 어려웠다. 원리를 충분히 설명하려고 하면 점점 다큐멘터리처럼 됐다. 그렇다고 설명을 줄이면 이상한 모양의 자연물을 보여주는 조악한 AI 영상처럼 보였다. 짧고 재미있게 보면서도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구글 플로우로 영상을 생성하면서 며칠 동안 계속 고쳐봤다. 장면을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익혀갔다. 그래도 원하는 영상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결정이 자라는 장면을 만들었는데 빛만 나고 크기가 그대로이거나, 컷이 바뀌면서 갑자기 커진 결정이 등장하는 식이었다. 이런 장면을 고치면서 설명의 양과 영상의 재미도 같이 조정해야 했다.

영상 생성 기술은 전보다 늘었지만, 이 방향은 여기서 접기로 했다.

이번에는 ‘만약에’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다음에는 세상에서 딱 한 가지만 바꿔보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만약에 이랬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나 두고, 그 때문에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가정 하나를 정한다고 이야기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바뀐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야 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야 재미있을지도 정해야 했다. 설정과 이야기를 만들고 영상으로 옮기는 데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계속 만들려면 매번 그만큼의 수고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해보려다가 포기했다.

AI가 잘 도와줄 수 있는 주제를 찾았다

그러면서 최적화나 시뮬레이션 쪽을 생각하게 됐다. 조건을 바꿔가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비교하는 영상은 은근히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볼 만해 보였다. 나도 결과가 궁금한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출근 시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몰려 있다면 몇 층까지는 계단으로 가는 게 빠를까. 마트에서 기다리다가 새 계산대가 열리면 줄을 옮기는 게 나을까. 이런 것들이다. 상황이 익숙해서 무엇을 비교하는지 설명하기도 좋았다.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도 꽤 분명했다. 파이썬으로 실험 코드를 짜고, 조건을 바꿔 여러 번 돌리고, 나온 결과를 분석하는 작업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번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AI의 도움을 받기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비교하는 영상을 만들었고, 이어서 마트 계산대를 다뤘다. 사람이 들어오고 줄을 서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택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고 있다. 처음에는 쇼츠를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긴 영상도 만들고 같은 소재를 세로 영상으로 다시 구성해보고 있다.

물론 코드를 만들어준다고 영상까지 바로 끝나지는 않는다. 실험 조건이 말이 되는지 살펴봐야 하고, 화면에 정보가 너무 많거나 움직임이 빨라서 비교하기 어려우면 고쳐야 한다. 엘리베이터 영상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줄이 쌓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여러 번 수정했다.

그래도 어떤 부분을 AI에게 맡기고 내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이전보다 구체적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고르고, AI와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영상으로 만드는 쪽으로 해보고 있다.

지금은 이 방향으로 더 해보려고 한다

자연물 영상도 처음에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만약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도 그랬다. 직접 만들려고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계속하기에는 내 수고가 너무 많이 드는 방향도 있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만한지와 AI가 제작을 얼마나 잘 도울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서 골랐다. 시뮬레이션이 실제로 반응이 더 좋을지는 영상을 올리면서 확인해야 한다. 우선은 내가 궁금한 일상의 질문을 하나씩 실험해보려고 한다.